돌아보면 2000년 한국 수치는 충격적입니다. 당시 2위 멕시코보다 무려 200시간 더 일했습니다. 살인적인 수준이지요. 하지만 15년 동안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. 한국 노동시간은 극적으로 하락했습니다. 그때부터 함께 최상위 랭커였던 형제 국가 멕시코, 칠레, 그리스의 하락세와 비교하면 그 사실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. 한국은 여전히 "개노답 삼형제"의 일원이지만, 명백히 발전하고 있는 겁니다. 물론 발전해왔다는 사실,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의 한계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습니다. 개선이 필요하다면 비판해야 합니다. 지금껏 발전해 올 수 있었던 이유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.
만도헬라 정규직은 만도에서 온 관리자 30명뿐이고, 생산직 345명은 모두 파견사원으로 생산라인 '정규직 0명 회사'다. 주야 맞교대 하루 12시간 일하고, 쉬는 날은 1년 365일 중 보름 남짓. 세계 2위에 빛나는 한국 노동시간보다 갑절(4200시간)이나 더 일한 월급이 300만원이 안 된다. 데이트할 시간이 없어 애인과도 헤어졌다. 직원 평균연령 30대 초반, "일요일만이라도 쉬게 해 달라"는 게 소원이다. 악마의 일터는 '게으른 사람의 머리'(영국 속담)가 아니라 정규직 0명 회사다.